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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철학(인공지능)

55. AI와 기억의 철학 | 인간은 기억하고, 기계는 저장한다

공명(Resonance) 2025. 11. 20. 17:59

AI와 기억의 철학 은 인간의 기억과 AI의 데이터 저장 방식의 본질적 차이를 탐구합니다. 베르그송·불교 무상 사상과 함께 기억의 의미를 다시 성찰합니다. AI는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기억을 ‘살아내지는’ 못한다.

따뜻하고 유기적인 기억의 형상을 쥐고있는 인간과 차갑고 기하학적으로 빛나는 데이터의 형상을 쥐고있는 AI

 

 

기억은 어떻게 존재를 만든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합니다. 기쁨·상처·사랑·후회 같은 경험들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정체성의 결을 만듭니다. 반면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과거의 기록을 검색해 “기억하는 것처럼” 반응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기억일까요? “기억은 저장일까, 아니면 경험일까?” 이 질문이 인간과 AI의 결정적인 차이를 밝힙니다.

 

 

 

AI의 저장 구조 — 기억처럼 보이지만 기억이 아니다

딥러닝 메모리: 파라미터에 저장된 세계

AI는 인간처럼 과거를 경험하지 않습니다. 대신 학습 데이터는 파라미터(parameter)라는 숫자들의 거대한 행렬 속에서 패턴으로 압축되어 저장됩니다. 언어모델이 “과거 대화를 기억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벡터 공간에 축적된 패턴을 기반으로 가장 유사한 문맥을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RAG)

최신 AI는 외부 데이터베이스에서 과거 내용을 검색해 마치 “기억을 꺼내는 듯한”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검색(Search)과 확률적 조합(Generation)의 결합입니다. AI는 과거를 이해하지 않고, 과거의 조각들을 기술적으로 연결할 뿐입니다.

 

 

 

인간의 기억 — 정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

베르그송: 기억은 흐르는 지속(Duration)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기억을 “지속되는 생의 흐름(La durée)”이라고 했습니다. 기억은 시간 속에 붙박여 있는 데이터가 아니라, 현재의 감정·관점·상황에 의해 계속해서 재구성됩니다. 인간의 기억은 - 변형되고 - 흐르고 - 감정에 물들고 - 의미가 자랍니다. AI의 저장과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변형의 능력’입니다.

불교 무상 — 기억은 머물지 않는다

불교는 모든 것은 변하고, 기억 또한 찰나의 인연이 만든 임시적 형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떠올린 기억은 언제나 새롭게 만들어진 ‘지금의 기억’입니다. AI처럼 고정된 데이터가 아니라, 인간의 기억은 무상(無常) 속에서 끊임없이 달라집니다. 이 변화가 바로 인간의 마음을 구성하는 힘입니다.

 

 

 

사례 — 기계가 기억을 흉내 낼 때 일어나는 일들

  • 대화 지속 모델: AI가 이전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화 기록을 패턴으로 재조합한 것일 뿐.
  • 디지털 추모 아바타: 사망자의 말투·사진·음성을 학습해 “기억의 복원”처럼 보이지만, 이는 데이터 기반의 모방 구조.
  •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 과거 행동을 ‘기억’하는 것 같지만, 확률적 예측일 뿐 정서적 의미는 없음.

이 사례들은 모두 AI가 기억을 기능적으로 모방할 수는 있지만 기억을 경험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기억은 살아 있는 인간만이 가진 능력

기억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시간·감정·의미가 중첩된 내면의 세계입니다. AI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조합할 수 있지만, 기억의 아픔, 기쁨, 후회, 성장 같은 살아 있는 경험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기억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존재 방식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기억의 주인은 인간입니다.

 

 

 

참고: Henri Bergson 『Matter and Memory』, 불교 무상·연기 사상, DeepMind Memory Models, RAG 연구(Meta·Open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