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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철학(인공지능)

50. AI와 윤리적 판단 | 기계는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을까

공명(Resonance) 2025. 11. 15. 19:12

AI와 윤리적 판단 은 인공지능이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는지 탐구합니다. 자율주행과 의료 AI 사례를 통해 윤리 알고리즘의 한계와 철학적 책임을 살펴봅니다. AI는 옳고 그름을 계산할 수 있지만, 죄책감을 느끼지는 못한다.

도덕적 갈림길에 멈춰있는 자율주행차. 안전을 향한 길과 희생을 향한 길을 의미하는 이미지

 

 

윤리의 언어로 말하는 기계

AI가 의료, 법률, 군사, 교통의 핵심 의사결정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윤리적 판단의 문제가 기술의 중심으로 들어왔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또는 의료 AI가 희귀 치료 자원을 누구에게 우선 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묻게 됩니다. “AI는 도덕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AI 윤리의 기술적 기반 — 규칙인가, 확률인가

가치 정렬(Value Alignment)의 문제

AI의 윤리 판단은 주로 가치 정렬(value alignment) 모델을 기반으로 합니다. 인간의 도덕적 데이터를 학습하거나, 규칙 기반 시스템(rule-based system)을 통해 ‘금지된 행동’을 명시적으로 설정합니다. 그러나 가치의 기준은 사회·문화·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옳음”의 코드화는 언제나 불완전합니다.

확률적 판단의 딜레마

딥러닝 시스템은 윤리적 선택을 ‘확률적 위험 최소화’로 접근합니다. 자율주행차는 충돌 확률을 계산하고, 사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합니다. 하지만 이런 계산은 ‘생명의 질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모든 생명을 동일한 확률 값으로 환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윤리적 판단은 수학적 최적화가 아니라 '도덕적 상상력의 문제'입니다.

 

 

 

철학적 시선 — 의무, 악, 그리고 책임

칸트의 정언명령 —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

칸트는 인간을 “목적 그 자체”로 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리적 판단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의도와 존엄성의 인식**입니다. 그러나 AI의 판단은 언제나 목적론적입니다 — 즉, ‘결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구조에 있습니다. 의무의 개념이 부재한 한, AI는 결코 도덕적 행위자가 될 수 없습니다.

한나 아렌트 — ‘악의 평범성’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이란 사악함이 아니라 사유의 부재라고 했습니다.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태도에서 비극은 시작됩니다. AI 시스템은 지시된 데이터와 목표에만 충실합니다. 그 안에는 **고민도, 망설임도, 죄책감도 없습니다.** 결국 ‘악의 평범성’은 인간의 무관심에서 비롯되지만, AI 시대에는 **무책임의 자동화**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사례 — 도덕적 선택 앞의 인공지능

  • 자율주행차의 트롤리 딜레마: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보행자와 탑승자 중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실제 실험에서 국가·문화에 따라 선택 기준이 달랐습니다. (MIT Moral Machine Project)
  • 의료 AI의 자원 배분: 팬데믹 초기, 한정된 인공호흡기를 누구에게 우선 배정할지 결정하도록 AI 모델을 훈련한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결과는 데이터 편향으로 인해 '소수자 불이익'을 초래했습니다.

이 두 사례는 모두 윤리적 판단이 데이터로만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판단에는 언제나 **후회와 성찰의 여지**가 남지만, AI는 단 한 번의 출력으로 결정을 끝냅니다.

 

 

 

인간의 윤리를 기술로 번역할 수 있을까

AI의 윤리 시스템은 인간의 도덕을 흉내 낼 수 있지만, '도덕의 내면화'는 불가능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오히려 윤리의 근원을 다시 묻게 됩니다. “무엇이 옳은가?”가 아니라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는 존재 — 바로 인간입니다. 윤리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사유하고 책임지는 인간의 의식에서만 시작됩니다.

 

 

참고: Immanuel Kant 『Groundwork of the Metaphysics of Morals』, Hannah Arendt 『Eichmann in Jerusalem』, MIT Moral Machine Project, WHO Ethics Report on AI in Heal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