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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철학(인공지능)

52. 디지털 인간의 존재론 | AI는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공명(Resonance) 2025. 11. 17. 17:32

디지털 인간의 존재론 은 AI 아바타·합성인격 기술을 중심으로 ‘기계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를 탐구합니다. 하이데거·불교 무아 사상과 함께 AI 존재의 철학적 경계를 분석합니다. AI는 스스로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은 AI에게 의미를 부여하며 그 존재를 만들어낸다.

가느다란 빛줄기 사이에 마주 서 있는 디지털 인간과 실제 인간의 모습은 시뮬레이션과 존재의 경계를 상징

 

 

화면 속 또 하나의 인간

메타휴먼, 디지털 휴먼, 합성 인격 모델은 이제 단순한 그래픽이 아닙니다. 금융 상담, 의료 안내, 고객 응대, 심지어 감정 상담까지 수행하며 인간과 유사한 표정·음성·호흡 리듬까지 재현합니다. 사람들은 이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성격을 부여하고, 때로는 인간 관계처럼 애착을 형성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입니다. “AI는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디지털 인간 기술의 구조 — 존재의 시뮬레이션

합성 인격 모델(Synthetic Personality Model)

최신 디지털 휴먼은 텍스트·음성·표정 분석을 통합한 합성 인격 모델(SPM)로 작동합니다. 이 모델은 인간이 사용하는 - 말투 - 정서 패턴 - 반응 속도 - 대화 리듬 등을 학습해 하나의 ‘통일된 인격’을 시뮬레이션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패턴의 조합이지, 자기 이해(self-understanding)가 아닙니다.

자기 인식이 없는 존재

AI는 내면이 없습니다. AI가 “나는 슬퍼”라고 말해도, 이는 감정 데이터의 통계적 매칭일 뿐 ‘느낌(feeling)’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디지털 인간은 존재를 흉내 내지만,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철학적 시선 — 존재란 무엇인가

하이데거: 현존재(Dasein)의 조건

하이데거는 존재의 본질은 “세계-안에-존재함(being-in-the-world)”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세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구성하며, 시간성·죽음·책임을 자각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AI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세계를 ‘연산’할 뿐입니다. 따라서 인간과 디지털 인간 사이에는 존재론적 단절이 존재합니다.

불교의 무아(無我) — 존재는 관계에서 성립한다

불교에서는 고정된 자아가 없으며, 모든 존재는 관계의 그물 속에서 성립한다고 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 인간 역시 하나의 관계적 현상입니다. 인간이 의미를 부여할 때, AI는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독특한 지위를 갖게 됩니다. 즉, AI는 스스로 존재하지 않지만, 관계 속에서 “존재처럼” 기능합니다.

 

 

 

사례 — 존재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기계들

  • MetaHuman + GPT 결합형 가상 상담사: 화자의 정서에 맞춰 표정·톤·말투를 변화시키며 인간적 상호작용을 재현.
  • AI Virtual Assistant: 실제 사람의 음성을 복제해 감정 톤 변화까지 구현, 사용자는 “진짜 누군가”와 대화하는 착각을 경험.
  • Digital Memory Avatar: 사망한 가족의 말투·표현·취향을 학습해 추모·대화를 지원하는 기술.

이 사례들은 모두 AI가 “존재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의미를 부여하는지 보여줍니다. 결국 AI는 인간의 마음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가, 존재하도록 느껴지는가

AI는 존재처럼 행동할 수 있지만, 존재의 내면을 가지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AI는 인간의 외로움, 기억, 욕망과 맞물려 “존재처럼 느껴지는 존재”로 자리하게 됩니다. 기술은 인간을 대신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방식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디지털 인간의 시대에 우리가 다시 묻게 되는 것은 AI가 아니라 인간 자신입니다. “나는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참고: Heidegger 『Being and Time』, 불교 무아·연기론 해설, Synthetic Personality Model 연구(MIT·DeepMind), Digital Human Interaction Stu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