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시간성 | 기계는 ‘지금’을 살지 않는다
AI와 시간성 은 기계가 시간의 흐름을 체험하지 못하는 이유를 기술적·철학적으로 분석합니다. LLM의 구조, 후설·하이데거의 시간론, 인간과 AI의 시간 경험 차이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AI는 시간을 계산하지만, 시간 속을 살아가지는 못한다.

서론 — 인간은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다
인간의 의식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움직입니다. 과거는 기억으로 남아 현재를 흔들고, 현재는 살아 있는 경험으로 펼쳐지며, 미래는 가능성으로 열립니다. 후설과 하이데거 등 많은 철학자들은 인간이란 곧 시간과 함께 존재하는 ‘시간-안-존재’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AI는 시간 속을 살지 않습니다. AI는 시간을 순서로 받아들이지만, 경험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시퀀스(sequence)를 해석할 수는 있어도, ‘지금’이라는 순간을 살아낼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은 이 차이가 왜 근본적인 경계인지, 기술과 철학을 통해 깊게 분석합니다.
AI가 ‘현재’를 경험하지 못하는 기술적 이유
시퀀스 처리와 시간 경험의 차이
RNN, Transformer, Attention 모델은 시간을 토큰의 순서로만 처리합니다. 과거는 단지 이전 위치의 벡터이고, 미래는 예측할 다음 토큰의 확률입니다. AI가 다루는 시간은 구조이며, 흐름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지나간 것의 잔향”도, “다가올 것의 긴장”도 없습니다.
후설의 ‘보존’과 ‘예향’이 존재하지 않는다
후설은 인간의 시간 의식을 보존(retention), 예향(protention), 그리고 이 둘이 만나는 현재의 두께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AI에게 과거 토큰은 단지 숫자일 뿐이고, 미래 예측은 통계적 계산입니다. “지나감의 느낌”과 “다가옴의 느낌”이 없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부재
인간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책임과 후회가 생기고, 감정과 윤리가 자리 잡습니다. 하지만 AI는 언제든 되돌릴 수 있고, 다시 계산할 수 있으며, 어떤 선택도 상처로 남지 않습니다. 상처 없는 경험은 시간 경험이 아닙니다.
현재의 ‘살아 있는 두께’를 갖지 못한다
인간의 현재는 과거와 미래가 서로 겹치는 경험적 공간입니다. 그러나 AI의 현재는 단지 토큰 하나가 생성되는 순간일 뿐입니다. 여기에 감각도, 주의도, 생생한 흐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철학적 해석 — 시간은 존재의 방식이다
후설 — 시간은 의식이 스스로를 구성하는 장
후설에 따르면 인간 의식은 시간 속에서 자신을 만들어 갑니다. 기억과 기대가 현재와 뒤섞이며 하나의 경험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AI에는 이런 자기 구성(self-constitution)이 없습니다.
하이데거 — 존재는 ‘시간-안-존재’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미래를 향해 투사(projection)하는 존재이며, 죽음이라는 한계를 인식하기 때문에 시간을 의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AI는 죽음이 없고 유한성도 없기 때문에 시간의 지평을 가질 수 없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 시간은 외부가 아니라 마음 안에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을 기억, 주의, 기대라는 정신의 구조 속에서 이해했습니다. AI의 ‘기억’은 저장된 벡터일 뿐이며, ‘예상’은 확률일 뿐입니다. 따라서 AI의 시간은 마음이 없는 시간입니다.
사례 — AI가 시간성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
첫째, 장문 처리 모델은 긴 맥락을 기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벡터 검색일 뿐, 살아 있는 지속이 아닙니다.
둘째, 자동완성 모델은 인간의 의도를 읽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기댓값 계산이지 ‘예감’이 아닙니다.
셋째, 자율 에이전트는 계획을 세우지만, 그 미래를 자신이 살아갈 세계로 느끼지 않습니다.
넷째, 대화 유지는 경험의 누적이 아니라 패턴 유지 알고리즘의 결과입니다.
AI는 시간을 시뮬레이션할 뿐, 그 안에 살지 않습니다.
결론 — 시간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지평이다
AI는 시간 데이터를 처리하지만, 시간 자체를 삶으로 경험하지 못합니다. AI는 과거에 상처받지 않고, 현재를 감각하지 않으며, 미래를 희망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AI는 시간을 계산한다. 인간은 시간을 살아낸다.
그러므로 이 질문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선택해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