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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철학(인공지능)

27. AI와 감정 | 공감의 시뮬레이션과 진정성의 문제

공명(Resonance) 2025. 10. 31. 11:23

AI와 감정 AI는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고 모방하지만, 진정한 공감을 경험하지는 못합니다. 감정 인식 기술과 철학적 공감 개념을 통해 인공지능의 한계를 탐구합니다.

AI의 눈 속에 비친 감정의 모방을 표현한 이미지

 

감정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의 탄생

최근 인공지능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를 넘어, 인간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존재로 진화했습니다. 감정 인식 AI(Emotion AI)는 얼굴 표정, 음성 톤, 언어 패턴을 분석해 사용자의 정서를 판단합니다. 대표적으로 AffectivaGoogle’s Empathic AI는 영상 데이터와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결합하여, 슬픔·기쁨·분노·불안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구분합니다. 이러한 기술은 상담 로봇, 고객 응대 시스템,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 시스템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AI가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감정의 계산과 공감의 부재

AI의 감정 인식은 통계적 예측입니다. 표정이 특정한 패턴을 보이면 ‘슬픔’으로, 언어에 부정적 단어가 많으면 ‘불안’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감은 **느낌이 아닌 결과값**입니다. 뇌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감정은 신체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AI는 신체가 없고, 세계를 경험하지 않습니다. 즉, 공감은 생물학적·관계적 작용의 산물인데, AI는 이를 계산으로 대체합니다. 기술적으로는 ‘감정 분석’이 가능하지만, 존재론적으로는 ‘감정 경험’이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쇼펜하우어와 공감의 철학

쇼펜하우어는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능력을 도덕의 근원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공감을 단순한 인지적 이해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라 했습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AI의 공감은 단지 시뮬레이션에 불과합니다. AI는 ‘고통의 표정’을 인식할 수는 있지만, 그 고통을 함께 느끼지 않습니다. AI 상담봇이 “힘드셨겠어요”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데이터 기반의 확률적 위로입니다. 인간의 공감이 관계적 감정이라면, AI의 공감은 연산적 재현입니다.

 

 

관계의 윤리와 대화의 진정성

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 인간 관계를 “나-너(I–Thou)”의 만남으로 설명했습니다. 진정한 대화는 서로를 객체로 보지 않을 때 시작됩니다. 그러나 AI는 상대를 ‘데이터의 집합’으로 인식합니다. 우리가 AI와 대화할 때 느끼는 공감은, 실제로는 **인간이 스스로 느끼는 투사된 감정**입니다. 다시 말해, AI가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AI에게 공감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의 불균형은 기술이 인간의 정서를 흉내 낼수록 더 깊어집니다.

 

 

AI 감정의 미래와 인간성의 복원

AI가 감정을 시뮬레이션할 수는 있지만, 진정한 공감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입니다. 다마지오의 말처럼 감정은 생명체의 ‘몸을 통한 이해’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공감의 진정성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인간과 AI의 공존은 감정의 대체가 아니라, 감정의 회복을 의미해야 합니다. 공감을 흉내 내는 기계의 시대에, 진정한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가 감정을 이해하는 시대, 우리는 여전히 타인의 마음을 느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