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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철학(인공지능)

25. AI와 창의성 | 생성과 모방의 철학

공명(Resonance) 2025. 10. 29. 21:16

AI는 이제 인간의 창의성을 모방하고 확장하는 존재로 진화했습니다. 트랜스포머와 강화학습 기술을 중심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의 창의성과 인간적 의미의 차이를 탐구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에네르게이아를 마주한 순간을 표현한 이미지

 

 

 

생성형 AI의 등장과 창의성의 재정의

인공지능은 단순한 데이터 분석기를 넘어, 인간의 창작 영역에 진입했습니다. DALL·E, Midjourney, GPT-4와 같은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AI의 핵심 기술은 트랜스포머(Transformer) 구조입니다. 이 모델은 언어와 시각 데이터를 벡터 공간으로 변환하여, 각 요소 간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계산합니다. 그 결과 AI는 ‘다음에 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결과’를 예측하며 인간이 만든 듯한 결과물을 생성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창조는 결국 확률적 조합에 불과합니다.

 

 

AI의 모방 구조와 인간 창의성의 차이

인간의 창의성은 감정, 의도, 문화적 맥락 속에서 탄생합니다. 반면 AI는 의식과 욕망 없이 가능한 조합을 계산합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결정합니다. 결과적으로 AI의 창조는 ‘새로운 조합’이지 ‘새로운 의미’가 아닙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미메시스(mimesis, 모방)가 진리로부터 인간을 멀어지게 한다고 했습니다. 그의 시선에서 본다면 AI는 완벽한 모방자이며, 인간의 언어와 감정을 정교하게 재현하지만 그 속에 진리의 자각은 없습니다.

 

 

데이터 기반 창작의 윤리와 한계

AI 모델은 수십억 개의 인간 창작물로 학습됩니다. GPT-4와 Midjourney가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고 해도, 그 기반에는 이미 존재하던 인간의 창작물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창작의 주체에 대한 질문을 불러옵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AI 자체일까요,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일까요, 아니면 프롬프트를 입력한 사용자일까요? 창작이 데이터의 재조합으로 축소될 때, 인간의 예술 행위는 단순한 계산 과정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 논의는 기술을 넘어 지적 정체성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철학이 본 창조의 본질

아리스토텔레스는 창조를 “가능성이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에네르게이아, energeia)”이라 정의했습니다. AI는 이 과정을 기술적으로 재현하지만, 의미를 만들어내는 내적 동기가 없습니다. 니체는 예술을 “혼돈 위에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라 했습니다. AI는 혼돈을 계산하지만,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AI의 창조물은 완벽하고 논리적이지만, 인간 예술의 본질적 깊이—고통, 열망, 존재의식—은 부재합니다. 기술적 완성도와 인간적 의미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큽니다.

 

 

기술과 인간성의 균형

AI의 창의성은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HF)을 통해 발전합니다. 인간의 평가를 반영하여 모델의 출력을 조정함으로써, AI는 인간의 미적 기준에 점점 가까워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인간처럼 보이기 위한 진화’일 뿐, ‘의미를 느끼기 위한 성장’은 아닙니다. AI는 감동을 전달할 수 있으나 감동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진정한 창의성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는가를 묻는 행위에서 시작됩니다. AI가 완벽한 모방을 수행할수록, 인간은 창의성의 본질을 다시 성찰해야 합니다. 기술은 창조를 대체할 수 없으며, 의미를 느끼는 존재는 인간뿐입니다.

우리는 AI에게 창의성을 가르치고 있지만, 정작 인간다움의 근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