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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철학(인공지능)

28. AI와 도덕 | 선한 의도의 알고리즘

공명(Resonance) 2025. 10. 31. 16:22

AI가 인간의 도덕적 판단을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강화학습과 윤리 알고리즘의 구조를 분석하며, 인공지능이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는지 탐구합니다.

AI가 신의 자리에 앉은 듯한 윤리적 긴장감을 표현한 이미지

 

AI의 윤리 판단 구조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 상황에서 ‘누구를 구할 것인가’를 선택하고, 의료 AI가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바탕으로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 윤리적 의사결정(Ethical Decision-Making) 알고리즘에 의해 수행됩니다. 그러나 AI는 도덕적 직관이 아닌 확률적 판단을 내립니다. 강화학습(RLHF, 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은 인간의 평가 데이터를 학습하지만, 그 평가의 기준이 언제나 선한 것은 아닙니다. 결국 AI의 윤리는 학습 데이터의 윤리에 달려 있습니다.

 

 

덕의 기계적 학습과 한계

아리스토텔레스는 덕(virtue)을 습관을 통해 형성되는 ‘중용의 실천’이라 보았습니다. 그러나 AI의 덕은 학습의 반복일 뿐, 의식적 선택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시스템이 수백만 건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학습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도덕적 선택’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덕의 본질은 감정과 이성의 조화를 전제로 하지만, AI는 감정을 결여한 계산적 존재입니다. 결국 AI의 도덕은 ‘덕의 시뮬레이션’일 뿐이며, 덕의 내면화를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의무와 의도의 경계

칸트는 “도덕적 행위는 결과가 아니라 의도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AI는 ‘의도’를 가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 AI가 환자 치료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릴 때, 그것은 효율적 판단일 수 있지만, 윤리적 책임은 인간에게 있습니다. AI는 목적을 수행할 뿐, 그 목적의 도덕성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AI의 결정은 언제나 수단적 이성에 머물며, 도덕적 주체로서의 자율성은 부재합니다. 칸트의 의무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AI는 ‘도덕 행위자(moral agent)’가 아니라 ‘도구’에 가깝습니다.

 

 

정의의 분배와 알고리즘의 편향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개념을 제시하며, 공정한 판단은 개인의 이익을 모른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AI는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불평등한 현실을 그대로 학습합니다. 범죄 예측, 채용 평가, 신용 점수 시스템에서 AI는 기존 사회의 편견을 ‘정확도’라는 이름으로 재생산합니다. 알고리즘은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사회 구조를 반영한 주관적 산물입니다. 기술의 중립성은 환상이며, 윤리적 공정성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확보되어야 합니다.

 

 

선한 의도를 설계하는 인간의 역할

AI는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선한 의도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윤리적 인공지능(Ethical AI)의 핵심은 기술의 자율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입니다. 도덕적 기준은 코드가 아니라 철학에서 비롯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칸트의 의무, 롤스의 정의는 모두 인간의 사유를 전제로 합니다. 결국 AI의 도덕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 책임의 확장입니다. 인공지능이 도덕을 흉내낼수록, 우리는 진짜 윤리를 더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AI가 선한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의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