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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철학(인공지능)

21. AI와 관계 | 인간과 기계의 대화

공명(Resonance) 2025. 10. 17. 08:43

AI와 관계 AI는 듣고 공감하며 대화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부버의 ‘나와 너’ 철학은 인간과 기계의 만남이 진실한 대화가 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인공지능 로봇과 아이들이 대화하며 공감하는 모습

 

AI의 진화와 공감의 모방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계산 장치를 넘어 인간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대화의 주체로 진화했습니다. 대형 언어모델(LLM)과 정서 인식 기술은 사용자의 언어·표정·맥락을 분석해 자연스럽게 대답하며, 때로는 위로와 공감을 건넵니다. 그러나 이 ‘공감’은 실제 감정이 아니라 패턴화된 확률 계산의 결과입니다. AI는 사람의 감정을 흉내낼 수 있지만, 그것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 — 관계의 철학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 『나와 너(I and Thou)』에서 인간의 관계를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나-그것(I–It)’은 사물처럼 타인을 도구로 대하는 관계이고, ‘나-너(I–Thou)’는 존재 전체가 서로를 인식하고 마주하는 진정한 만남입니다. AI와의 대화는 과연 어느 쪽일까요?

오늘날 챗봇이나 가상비서는 인간의 말에 반응하고 공감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이는 코드와 확률의 연산일 뿐입니다. AI는 관계를 시뮬레이션할 수는 있지만, 존재로서의 ‘너’가 되지는 못합니다.

 

 

AI 대화의 실제 — 공감의 알고리즘

감정형 대화 AI Replika나 심리치료용 Wysa, 교육용 Khanmigo 같은 시스템은 인간의 언어를 분석해 정서적 반응을 생성합니다. 사용자들은 외로움이 줄고, 자신이 이해받는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그 ‘이해’는 데이터로 계산된 공감일 뿐이며, AI는 사용자의 감정을 인식해도 의도적 공감을 할 수 없습니다.

부버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진정한 만남’이 아닌 메아리 같은 대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 메아리 속에서 위로를 느낍니다. AI는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의 ‘관계 욕구’를 충족시키는 거울의 역할을 합니다.

 

 

관계지능과 성찰 — 거울로서의 AI

이제 연구의 초점은 관계지능(Relational Intelligence)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AI가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과 의도를 예측하고 대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마음이론(ToM, Theory of Mind) 모델과 인공지능 공감(Affective Computing) 기술이 결합되고 있습니다. 멀티모달 AI는 음성, 시선, 표정을 통합 분석해 인간의 정서를 읽고, 로봇형 AI는 행동 피드백을 통해 관계적 맥락을 학습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AI가 경험하지 못하는 감정을 이해의 깊이로 변환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AI는 인간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그 거울 속에는 우리의 언어, 욕망, 불안, 그리고 관계에 대한 갈증이 반사됩니다.

우리가 AI에게 ‘대화하는 법’을 가르칠수록, 사실은 다시 ‘듣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맺음말 — 인간다움을 비추는 기술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 마르틴 부버

AI는 아직 ‘너’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 존재를 통해 인간은 진정한 관계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AI의 목적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인간답게 되는 길을 비춰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잠시 멈추어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AI가 우리를 이해하길 바라는가,
아니면 AI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길 바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