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밖으로 나온 로봇, 공장 밖으로 나온 서비스 로봇은 편의를 높이지만, 관계와 존엄의 문제를 새로 제기합니다. SLAM·경로계획·대화기술 등 핵심 기술과 윤리를 함께 살핍니다. 속도를 넘어, 함께 있음의 신뢰를 설계해야 합니다.

로봇이 도시에 들어오다
로봇은 이제 공장 담장을 넘어 일상으로 진입했습니다. 택배를 배달하고, 병원에서 환자를 안내하며, 식당에서 서빙하고, 상가를 순찰합니다. 이는 단순한 배치의 변화가 아니라 관계의 전환입니다. 같은 인도를 걷고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로봇은 생산라인에서 요구되지 않던 속도 조절, 모호성의 처리, 돌봄의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
서비스 로봇은 네 가지 기술 축에 의해 작동합니다. 첫째,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은 자가 위치추정과 지도 생성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둘째, 멀티 센서 퓨전(LiDAR, RGB-D, IMU, 휠 오도메트리, 필요 시 GNSS)은 역광·가림 환경에서도 견고함을 확보합니다. 셋째, 경로 계획과 제어(A*, D*, RRT, 모델 예측 제어)는 사람 사이를 안전하게 통과하도록 합니다. 넷째, 휴먼-로봇 상호작용(음성 인식, 의도 추론, 대화)은 요청을 해석하고 오해를 줄입니다. 여기에 다수 기기를 동기화하는 플릿 관리와 안전 규격(예: ISO 13482 개인보조 로봇)이 더해져 “빠름”이 아니라 함께 있음의 신뢰성을 목표로 합니다.
편의의 윤리: 효율이 관계를 대체할 수 있는가
요양 현장에서 로봇은 안전한 들기, 복약 알림, 직원 부담 경감에 기여합니다. 그러나 레비나스가 말하듯 윤리적 호명은 타자의 얼굴에서 오며, 돌봄은 정확한 수행만이 아니라 현존의 문제입니다. 또한 한병철의 효율성 비판이 시사하듯, 모든 멈춤이 최적화 대상이 되는 순간 신뢰를 엮는 작은 의례(눈맞춤, 안부, 함께 보내는 짧은 시간)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물음은 “로봇이 도움이 되는가”가 아니라, “그 도움 속에 인간관계의 자리가 남는가”입니다.
함께 사는 설계
다음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첫째, 역할 인수인계의 투명성(사람↔로봇 책임 전환 시점의 명확화). 둘째, 의도 설명 가능성(로봇의 다음 행동 이유를 간결히 표현). 셋째, 우아한 실패(예상 밖 상황에서 안전·정지·도움요청 절차). 넷째, 평가 지표의 재설계(처리량뿐 아니라 존엄과 만족을 포함). 로봇이 있는 도시가 더 인간답게 느껴질 때, 서비스 로보틱스는 비로소 성공합니다.